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힐베르트의 묘비명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시간만 있다면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19세기에 켈빈이 "물리학은 이제 소수점 몇 자리만 더 규명하면 끝이다"라고 말했고 20세기 초에 막스 보른은 "6개월 뒤면 우리들이 알고 있는 물리학은 영원히 끝날 것이다"라며 물리학의 완성이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막스 보른이 이 말을 한지 백년이 다 되어가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물리학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수학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당연히 '하나씩 증명/반증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다 알 수 있을 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야 더글라스 애덤스 덕분에 42가 궁극적인 답이란 걸 알고 있지만
수학 쪽 이야기는 칸토어의 집합론부터 하면 너무 길고 지루해지니까 최초의 현대식(?) 무신론자 버트란드 러셀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러셀은 당시 수학의 근본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러셀의 패러독스"를 발견합니다. 러셀도 처음 이걸 발견했을 때는 그냥 사소한 문제인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파고 들 수록 해결하기도 회피하기도 힘든 문제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러셀이 든 예는 "스스로 이발을 하지 않는 모든 이의 이발만 해주는 이발사"였습니다. 이 이발사는 누가 이발해야 할까요?
1. 스스로 이발한다. (이 이발사는 스스로 이발하지 않는 사람만 이발하므로 모순)
2. 다른 사람이 이발한다. (이 이발사는 스스로 이발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이발하므로 모순)
말장난 같지만 이 패러독스는 수학의 근간을 흔들게 됩니다.
정의: M은 "자기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지 않는 모든 집합들의 집합"이다.
문제: M은 M의 원소인가?
1. M은 M의 원소이다. (자기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지 않는다는 정의에 의해 모순)
2. M은 M의 원소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지 않는 '모든' 집합들이라는 정의에 의해 모순)
집합론(정확하게는 칸토어의 집합론)에는 모순이 있었던 겁니다. 여전히 말장난 같지만 힐베르트가 이 떡밥(?)을 물면서 이 문제에 수학계가 집중하게 됩니다.
힐베르트는 자신이 해낸 일도 많았지만 수학사에 끼친 영향으로는 '얘들아~ 우리 이거 한 번 풀어보자~'라는 식의 선동(?)으로 유명합니다. 1900년에 발표한 힐베르트의 문제도 유명하고요. 어쨌거나 힐베르트가 이 떡밥을 덥썩 물고는 '얘들아~ 우리 모순없는 공리계를 만들어 보자꾸나~'라고 선동(?)합니다. 다시 이 떡밥을 쿠르트 괴델이 덥썹 물고는 이 문제를 증명하여 해결해 버리는데....
결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치듯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가버립니다. 불완전성 정리의 결론은 간단히 줄여서 두 가지입니다.
제1 불완전성 정리. 모순없는 이론에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
제2 불완전성 정리. 모순없는 이론은 스스로 모순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이 명제의 역도 참)
위에 줄여놓은 것도 과도하게 줄인 것 같지만, 더 짧게 줄이자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사실이 존재한다는 얘기죠.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 중 가장 유명한 문제들인 리만의 가설, 골드바흐의 추측 같은 문제들이 참이지만 증명 불가능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우리가 모든 사실 명제의 참 거짓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산산조각이 난 거죠.
물리학에서 근본적인 지식의 한계를 발견한 불확정성 원리는 tbC
덧.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 물리학계 핫이슈(?)가 불확정성 원리 결함이라 이 문제가 대충 정리된 다음에나 관련 글을 쓸 수 있을 듯 하네요.